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소재이지만, 이거 딱 부러지는 답을 발견해 보지 못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즉, 조직의 구성원이 상관으로부터 내려진 명령에 의해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구성원은 유죄인가요? 무죄인가요?
바꾸어 말해서, 조직의 구성원은 상관의 불합리한 명령을 거부할 의무가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군 대는 어떨까요? 군대는 명령에 대해 판단할 권리를 주지 않습니다. 명령이 내려지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게 병사의 제일 수칙입니다. 하지만 상관의 불합리한 명령, 즉 반역에 동조하라는 명령등에는 거부하는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최고 상관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서죠. 군인들이 외우는 직속상관 명단의 끝에는 대통령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국민이 준 임무를 수행하는 "머슴"이므로 모름지기 군인이라면, 자신들의 최고 상관인 국민들이 자신에게 준 명령이 무엇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그 명령에 위배되는 쫄따구(군단장이네 사단장이네 연대장이네 하는)들의 명령은 거부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 런 관점에서 박정희의 쿠테타에 동조한 병사들이나 전두환 노태우의 쿠테타에 동조한 병사들,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은 모두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정상 참작은 가능하겠죠. 당장 말 안들으면 쏴죽일지도 모르는 미친놈 들이었으니까요. 거기다가 그 놈들은 명령 내리면서, 저 앞에 네가 쏴죽여야 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고, 진짜 국민들의 명령은 내가 내리는 명령하고 같은거야~ 라고 사기를 쳤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아래의 경우는 더 복잡합니다.
한미 무역협상, 특히나 쇠고기 수입에 관한 협상을 담당하는 담당 실무책임자에게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집니다. 모든 협상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미국의 의견에 따라 협정, 아니 양해각서를 체결하라는 명령 말입니다.
그런데, 미국측이 제시하고 있는 조건은 이 실무자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그런 내용이고, 그 내용이 일반에게 알려진다면 아무도 감당 못할 정도의 반발이 나올 것이 뻔해 보이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행 정부라는 거대한 조직의 한 톱니바퀴로서 개인의 판단을 접고, 리더의 명령은 무언가 내가 알 수 없는 심오한 정보에 기인한 필연적인 명령으로 간주해서, 도저히 내가 담당한 이 분야의 실무적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명령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일단 듣고, 뒷감당 하느라 온갖 흐리멍텅한 급조 논리를 설파해야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실제로 핵심이 되는 문제가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거기다가 이 동일한 문제는 직전 대통령 시절에는 바로 그 실무자들이 주장해서 30개월 이하로 막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말입니다.
아마도 거부하면 자신은 더 이상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잘 되어봐야 남은 평생, 한직으로만 빙빙 돌면서 식충이 취급이나 받게 되겠죠.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항하지 않는다면 범죄가 되는 걸까요? 인간적으로는 백프로 이해가 갑니다. 당장 내가 쫓겨나면 집에 쌀이 떨어질 겁니다.
그러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지 않고 동조하는 것은 범죄가 맞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과감히 저항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게 맞다고 주장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와도 밥은 굶지 않고 애들 학교는 보내고 병 걸리면 치료는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가 시급하게 확보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좀더 마음 편하게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되고, 그 현상이 반복되면 부당한 명령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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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에 의한 행위는 사람을 죽여도 법적으로 범죄가 아닙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내부 고발했다가 쫓겨난 이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도 못할 거면서 범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보여집니다. 내부 고발했다가 쫓겨나게 되면 본인만 다치는 것이 아니고 당장 아무 관련이 없는 그 집 식구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건 범죄 아닌가요?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사회는 내부 고발자를 오히려 "의리없는 놈"이라며 핍박하는, 그야말로 가치가 전도된 썩은 사회입니다.(수년 전에 중앙일보 내부 고발자를 동료 기자들이 "그 새끼 근처도 오지 못하게 해라, 때려 죽여버릴테니" 이런 식으로 말했다는 기사를 읽고 충격과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님 말마따나 이런 사회 풍토를 뒤집어 엎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부당한 명령에 저항 안 하면 범죄"라는 식의 무책임한 망언은 자제하셔야 할 듯 합니다.
2008/05/24 12:01그런 측면도 있습니다만, 제가 범죄라고 표현한 의도는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을 처벌하자는 뜻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05/24 12:14그리고, 중요한 점은, 사회 탓, 분위기 탓, 관습 탓을 하면서 자신은 별다른 강요도 없는데 입신과 출세를 위해 알아서 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공범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