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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려고 맘 먹게 된 것은 자겁방에 무어헤드가 한말을 제프딕슨이 인용한 것을 하르방알바가 퍼온 것(조낸 복잡하네..)을 읽고부터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의 발전 방향에 근본적인 한계가 내재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인류의 앞날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현대 문명 전체에 대한 조망이야 나같은 찌질알바가 건드릴 소재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지만,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나마 이리저리 많이 굴려 봤기 때문에 또 한소리 하고 싶어진 것이다.
 
사실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많은 사람들이 제기해 왔다.
 
그 유행에 힘입어, 이리저리 잡다한 학위도 많고 지식도 많은 마이클 크라이튼은 빠른 시간내에 구현될 지도 모르는 첨단 기술을 소재로,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을 많이 쓰곤 했다. 그리고 그걸로 인기도 얻고 돈도 얻고, 많은 것을 성취해 버렸다.
 
즉, 크라이튼은 유전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IT기술 등을 망라해서,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것들이 우리앞에 등장할 것이고, 그 상황에서 인류는 그것들을 잘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서 치명적인 상황이 도래한다는 예언 비스무리 한 것을 해 가면서 경각심, 쉽게 말하면 겁을 주는 거고, 그게 잘 먹혀서 사람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길 원하는 영화업자들에게 아주 잘 팔리는 소설을 써왔다.
 
진정한 문제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인류가 아주 조심스럽고 도덕적으로 세심하게 그런 첨단 기술들을 통제한다 하더라도, 그 과학기술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들로 인해 파국이 도래할 것인가,
 
아니면 과학기술 자체는 별 문제 없는데 그것을 다루는 인간들의 인간성 안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서 과학기술의 소산들이 폭주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크라이튼이 인용하는 과학적 지식들에 의하면 과학기술 자체가 문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크라이튼 작품의 초기에는 이런 양상을 띠고 문제가 전개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쥬라기 공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작품에서도 동일한 전개가 흔히 관찰되기도 한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수학자 말콤의 입을 빌어 혼돈 이론을 인용하면서, 이런 식으로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시스템은 원칙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예언을 하며 시작된다.
 
그러나 스토리의 전개구조는 결국, 사악한 한 프로그래머가 매수되어 애먼짓을 벌이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식이다.
 
그가 자신이 악행을 하기 위해 전기 담장의 전원을 끄지 않았어도 파국이 진행되었을까? 이건 시스템의 자체 결함이 아니다. 한 인간의 문제일 뿐이다. 많은 독자나 관객들은 이미, 쥬라기 공원의 환상에 매료되었으며, 그 환상을 붕괴시킨 악당 프로그래머에 분노하고, 그 붕괴된 시스템 속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웅 그랜트에게 환호하게 될 뿐이다.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는 쥬라기 공원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가지는 한계, 과학기술이 가지는 한계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고, 결국 책을 덮고, 또는 스크린에 자막이 올라가면서 머리속에 남는 잔상은 저런 공원이 있으면 한번 가보고 싶다~ 라는 순진한 생각이 되는 것이다.
 
실제는 어떨까?
 
첨단 IT 기술이 총동원되어서 만들어진 거대한 시스템은 매 순간 붕괴한다. 악당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환경에서도 시스템은 항상 붕괴한다.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 조차도 매순간 붕괴한다. SK 텔레콤의 무선전화망은 안정적일까? 이론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는 수도없이 벌어지며, 해결책은 오로지 가장 문제가 없었다고 추정되는 시스템으로 통째로 갈아끼우는 것 뿐이다.
 
결국 그런 거대한 시스템이 자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러한 붕괴에도 불구하고 외견상 전체적인 안정성을 가지고 돈 받고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그건, 시스템 외부에서 끊임없이 인력, 돈, 장비, 시간을 투입해 주니까 서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즉,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시스템들은 매순간 흘러내리는 모래성 같은 것이며, 끊임없이 북돋워주고, 새로 쌓아야만 유지되는 것 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전혀 자기 완결성이 없는 시스템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사람이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경고하고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고 착각하여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는 과학기술의 미래는 환상적이고 선하지만, 결국 몇몇의 악당들이 일을 그르치고, 그 악당들의 동기는 단순한 욕심에 불과한 것이니까 너도 나도 청빈하고 선량하게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동화적인 수준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크라이튼은 오히려,
 
우리가 흔히 비판하고 있는 가장 미국적인 신화의 전도사일 뿐이다.
 
그 신화는 매우 조폭적이다. 결국 "차카게 살자~" 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발전의 방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언제 어디서 프레데터나 에일리언 같은 사생아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르는 일이다.
 
황우석이 한 짓거리도 그런 예측을 강화시켜 준다.
 
이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힘든 곳이 되어 가고 있으며, 인류의 종말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잘못 꼬여가고 있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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