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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즐거움이란?

음식 2007/11/08 16:54 by 알밥

새벽 한시에 길을 나서서, 새벽 여섯시에 배를 타고, 삼치떼와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니 남은건 허기와 피로 뿐이다.

물론 새벽 네시에 경주시내 24시간 김밥집에서 허울뿐인 육개장을 한그릇씩 먹긴 했지만, 삼치잡고 그 많은 삼치들을 일일이 손질해서 헹궈서 박스에 담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바로 읍천 포구에 있는 적절한 횟집에 가서 비굴비굴하게, 우리가 잡은 부시리 회좀 떠주실래요~ 해 본다.

사실 비굴비굴할 것은 하나도 없다. 회 먹을 때 회만 먹나? 술도 먹고 밥도 먹어야..

80마리가 넘는 삼치 남획을 해서 삼치는 넘쳐나지만, 삼치는 회로 먹기에 적합한 어종은 아니다.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어처럼 순식간에 산패가 벌어지는 어종이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은.. 그래도 먹을 거 없으면 썰어 먹는다. ㅎㅎㅎ

하지만 우리에게는 두마리의 부시리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지 않은가?

내가 잡은 한마리를 기꺼이 희사해서 횟집에 제공한다.

부시리회

<부시리회 한접시... 양도 많다.>

 
부시리 회는 경남권에서는 소위 히라스라고 불리운다. 어려서 그거 처음 먹을 때는 무슨 고등어가 이렇게 큰가~ 했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말로 부시리였다. 횟집에서는 보통 삼사십센치 전후의 사이즈로 회를 뜨게 되는데, 우리가 잡은건 50센티를 넘는 넘이었다.

사진으로 봐도, 저렇게 쌓아 놓으면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바닥에 무채도 안 깔렸고, 막 썰어서 쌓아 놓은 것을 감안해 보시라.

셋이서 결국 먹다 먹다 조금 남기고 말았다.

운전을 해야 할 몸상태가 조금 안좋은 동료(몸살기가 있어서 그런지 새벽에 뱃멀미도 조금 하더라는..)만 빼고 나머지 둘은 오십세주와 맥주로 축배를 든다.

그리고 식사로 주문한 물회.

물회

<도다리 세꼬시와 야채가 담긴 물회>


물회

<한숟갈 그득히 떠올린 물회>



이상하게 나는 물회와 별로 인연이 없다. 다만 기억에 남는일은 언젠가 영덕 쪽에 단체로 놀러갔다가 아침에 해장이라고 물회를 사주는데 먹는 법을 몰라서 몇명이서 "이거 어떻게 먹는겨~" 하다가 결국 고추장 넣고 회덮밥 처럼 비벼먹은 기억이 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환장할 노릇인데..

이날은 제대로 먹었다.

저기는 기본적으로 물회에 사이다를 부어서 준다. 그리고 채썬 야채와 도다리 세꼬시.

사이다가 이미 들어가서 그런지 양념으로 내 주는 것은 양념장이나 초고추장이 아니라 그냥 전통 고추장이다. 적절한 양의 고추장을 풀어서 회와 야채를 훌훌 들이키며 건저 먹다가 밥까지 말아서 먹었다.

원산지 사람들은 이게 해장으로 좋다고 하던데 내가 먹기에는 해장보다는 그냥 여름철에 시원하게 훌훌 한사발 들이킬 수 있는 냉면 같은 느낌이 든다. 거기다가 뼈째 썰은 세꼬시 회가 주는 고소함이 곁들여져서 좋다.

전복죽도 주문해 봤다. 물론 내꺼는 아니고 몸이 안좋은 동료를 위해서 이다.

 

전복죽

<무지 비쌌었는데, 요즘은 많이 흔해졌다. >


나중에 물어봤다. "전복 많이 들어갔어요? "

답으로 돌아온 말은.. "전복살 보다는 전복 내장을 많이 넣었나 보네요. "

그것도 좋다. 전복은 해산물중에서 손꼽히는 향으로 먹는 음식 아닌가 말이다. 전복 속의 향은 참 강하게 향기롭다.

배터지게 먹고 났더니 돌아갈 길에 걱정이 태산이다. 이거이거..

피곤한 사람은 잠깐 눈좀 붙이고 나는 포구앞의 방파제로 산책을 나가본다.

그런데 아니, 이것은??

.
.
.
.
숭어 훌치기 광경

<숭어떼를 기다리는 훌치기꾼들>


 

동네 아자씨들이 무지막지한 낚시대를 어깨에 걸쳐 메고 테트라 포트 꼭대기에 줄을 맞춰 서 있다.

진짜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었는데, 저게 바로 집단 숭어 훌치기 낚시이다.

숭어라는 넘은 우리나라 바다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흔한 어종이다. 그것도 해안가로 돌아다니기에 눈에도 잘 띄고 성장속도도 빨라서 먹을게 많은 고기이다.

문제는 그 넘들이 입이 짧아서, 미끼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낚시로 못 잡게 생긴거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전해 내려오는 낚시 방법이 바로 "숭어 훌치기"이다.

튼튼한 낚시대에 무거운 추를 달고, 일정한 간격으로 삼발이 꼬챙이 같은 갈고리형 바늘을 대여섯개 장착한다.

그리고는 바닷가 높은 곳에 서서 바다속에 지나가는 숭어를 지켜보고 있다가, 떼가 들어오면 추를 던지고는 강하게 훌치는 것이다. 그러면 숭어가 바늘을 무는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옆구리가 꿰어서 잡히게 된다.

입에 바늘이 걸린 것도 아니고, 옆구리도 꿰고, 지느러미에도 꿰고 해서 끌려나오는 숭어는 그 도망가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이게 바로 어찌보면 전통 바다낚시 중에서 가장 무지막지하고 험한 낚시 아닌가 싶다.

장황하게 지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지깅으로 삼치 잡고 부시리 잡고 돌아온 내 눈에 보인 숭어 훌치기. 이 또한 낚시의 독특한 쟝르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숭어가 잡혀 나온다.

 

숭어

<드디어 한마리. 분홍색 수건에 뽀스가 넘친다. >



한참을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소화도 좀 되었고, 충분히 쉰 듯하여 길을 나선다.

경주까지 내려갔으니 또 그냥 갈 수 있나...

구룡포에 들려 과메기 덕장에 가서 과메기를 몇 두름 사본다. 이 과메기 얘기는 하루이틀 뒤에 다시 해 보겠다.

그리고는 집으로 왔다.

넘치게 잡아온 삼치를 보더니, 가족들은 서로 아는 사람들에게 삼치 가져다 주느라 분주하다. 그 많던 삼치를 다 돌리고 보니, 6마리 남았다. 이건 우리가 먹어야지..

남은 일들은..

삼치 비늘과 피비린내, 바닷물의 소금기등으로 얼룩진 각종 장비들을 헹구고 말려서 정리하는거..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아이스박스 소독하고 말리는거..

내 몸 씻는거..

그리고 삼치 한마리 포 떠서 예쁘게 구워서 소주 한잔..




뱀발 : 삼치를 구울때, 보통 소금을 좀 쳐 뒀다가 구워 먹거나 기름 두르고 튀기듯이 하기 마련인데..

생삼치를 그냥 포떠서 구운 후에 맛있는 간장에 와사비 풀어서 찍어 먹는 것도 좋다. 이렇게 먹으면 싱싱한 삼치살의 제맛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기 마련이다. 물론 싱싱한 삼치가 있을 때만...

뱀발 2 : 사진을 제공해주신 선배님과 모델이 되어주신 읍천 동네 아저씨 일동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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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쏭청요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낚시를 즐길 줄 알고, 물때를 알고, 혼자만의 좋은 자리를 알고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전 낚시를 모릅니다.
    낚시를 해 볼 기회는 종종 있었으나 선뜻 나서질 못했습니다.
    어릴때 아버지 따라서 바다낚시 갔다가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에 혼나고 부터는 아예 쳐다도 안 보게 되더군요.
    낚시를 자주 가서 싫다고 하시던 어머님의 기억이 어릴 때 부터 각인되어져서 그런지 멀리하게 되었습니다만...

    낚시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시고 그 글을 자주 보게되다 보니 이제는 점차 끌리는 감정이 생깁니다.

    자주 올려주심 고맙겠습니다.
    (맛있게 먹은 얘기는 좀 줄여 주시길.... 아~~ 또 배고파~~~)

    2007/11/08 18:46
    • Favicon of http://albablog.kr albab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말입니다.

      어려서 낚시에 미친 부친을 둔 사람들이, 낚시를 무척 싫어하다가 한번 빠지면 진짜 광이 되버리는 경우를 꽤 흔하게 봤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어떤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007/11/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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