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인류의 음식문화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꼽으라면 단연코 김치를 꼽을 수 있다.
사실 고도로 발전한 음식문화를 가진 민족들은 대부분, 발효음식을 성과물로 갖게 된다. 치즈가 그렇고 술이 그렇다. 젓갈, 넉맘, 앤쵸비등이 그렇다.
김치는 이 젓갈류의 발효기법을 더 발전시켜, 가을철 풍부해지는 각종 채소들을 장기저장하면서도 갈수록 그 맛이 더 좋아지도록 만드는 작품중의 작품이다. 그 효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채소를 그저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하던 시절부터 시작하여 침채-딤채-김치로 이어지는 명칭의 변화 역사를 따라 김치는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여 왔는데, 오늘날 극도로 현대화된 식생활에서도 굳건하게 그 저변을 유지할 뿐더러, 세계로 퍼져나가는 우리 고유의 문화로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할 것이다.
이 김치를 전통에 따라 대규모로 담는 것을 김장이라 한다.
2007년 11월 30일에서 12월 1일로 이어지는 어제와 오늘, 김장을 담궜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 (별것도 아닌걸로 거창하기는~~)
사실 김치 담는 것, 김장에 대한 글은 벌써 3년째, 즉 세번째 쓰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라도 좀 튀어보이고 거들먹거려 보려고 발악을 하는 거니까 읽는 사람이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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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료 준비
김치의 품질은 전적으로 재료의 우수성에 의존한다. 작년, 재작년과는 달리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이 없어서 장기적으로 좋은 재료를 준비하질 못했다.
김치재료라면 다들 배추네 무우네 이런 것을 떠올리지만 사실상 제일 중요한 것은 소금과 젓갈이다.
경험상 최고의 소금은, 제대로 된 천일염을 이년이상 묵히면서 간수를 뺀 것을 치고 싶다. 몇해전에 진짜 천일염을 몇자루 구해 두었던 게 있다. 그거, 겨우겨우 남아서 이번에 사용했다. 부족했다가는 정체모를 소금을 쓸 뻔했는데, 다행이다.
사실 최고의 소금은 자염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천일염이야 일제 때 많이 생긴 염전에서 만드는 소금이고, 순수하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갯벌에서 소를 동원하여 갈아 만든 소금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생산 자체가 중단된지 오래이고, 일본에서는 조금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물론 그림의 떡이다.
경험상 최고로 치는 김장용 젓갈은, 전라도 격포 쪽에서 만들어지는 잡젓으로 우려낸 젓국이다. 잡젓이라 하지만 사실은 풀치(갈치새끼)가 주종이 되는데, 그것을 얻어다가 했던 재작년의 김장이 최고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저 아파트 부녀회에서 공동구매하는 까나리 액젓으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맛이 좀 떨어진다.
그 밖에도 좋은 태양초 고추가루가 있어야 하고, 새우젓도 약간 있으면 좋다.
그리고 이제서야 나머지 재료를 사러 간다.
재료를 사러 현대기아자동차주식회사 본사로 간건 아니고, 바로 그 뒤에 있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로 간다.
사실 올해는 배추값이 상당히 비싼해라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예년같이 어머님께서 심심풀이 삼아 하는 밭에서 배추가 나온 것도 아니고, 유기농 배추를 구하지도 못했다. 배추값이 비싸니 어디서 슬쩍 얻어오지도 못했다.
그래서 생돈주고 사는 김에, 아예 믿을만한 데에서 절여서 파는 배추를 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김장철 막바지까지 버티는 꽁수도 부려봤다. 예상대로 배추값은 김장철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쌓여있는 그냥 배추를 살 것인가..
잘 절여놓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배추들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조금 더 인건비를 소모하더라도 직접 절여서 담기로 결정을 해 본다. 사실 그냥 배추 A급이 세개 한묶음에 6,700원, 절인 배추가 10키로 대략 다섯포기 정도 되는게 23,500원, 가격을 비교해 보면 선뜻 절인배추로 손이 가지 않는다.
거기다가 올해는 두 누님댁하고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집 먹을거만 조촐하게 담을 생각인데, 절일 때부터 염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직접 절이기가 훨씬 더 땡겼다. 집에 천일염 남은 것도 있겠다..
세개들이 일곱묶음을 집어 든다. 일일이 하나씩 들어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속이 알차게 들어서 무거운 놈으로 골라서 가져온다.
배추 한포기에 삼천오백원 사천원 한다더니 많이 내린 모양이다. 이천원대 초반이라니..
어머니 텃밭에서 나온 무가 있긴 했지만 좀 모자르다 싶어서 색다르게 동치미 무 한단을 추가한다. 근데 웃기는건 그냥 무는 개당 이천원이 넘는데 동치미 무는 한단 대여섯개 달린게 이천얼마 한다.
내 입맛에는 동치미 무가 더 맛있는데.. 못생겨서 그런가??
갓도 한 묶음 사는데, 심슨 직원분께서 사진 찍지 말아 주세요~ 한다. 넹~ 하면서도 슬그머니 몇 장 더 찍어왔다. ㅎㅎㅎ
그 외에도 미나리 두단, 쪽파 세단, 생강 한봉다리도 집어 든다. 마늘은 전에 서산 육쪽마늘 좋은거를 사다가 쟁여놨기에 안 사도 된다. 이렇게 쇼핑을 하고는, 생새우와 생굴을 사기 위해 평촌에 있는 수산물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만큼 사는데 대략 육만얼마, 생각보다 저렴하게 준비했다.
수산물 시장에서는 오직 생새우와 굴만 사러 간건데, 역시나 가고 보니까 이거저거 먹고 싶은게 있어서 집어 들게 된다.
멍게가 싱싱해 보여서 일키로 올리고, 국물맛 좋은 조개로 골라서 한봉다리, 생새우는 한짝 이 좀 많아서 2/3짝 정도 담아 본다. 생굴은 자연산으로 한근 정도..
사실 생굴을 좀 더 샀어야 했다. 김치에 넣기 전에 그렇게 많이 먹어버릴 것은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그넘의 술이 뭔지~~
이렇게 쇼핑이 끝나고 집으로 왔다.
2. 재료 손질
사실 김장은 본게임보다 이 재료 사오고 준비하는 과정이 더 길고 힘들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드는게 배추 절이고 씻는거, 무채 써는거, 이런 것들이다.
사실 김치속 버무려서 넣는 것은 뭐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건 서로 떠들면서 웃고 즐기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어 먹어 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쇼핑해온 날 저녁부터 재료 손질에 열을 올렸다. 이거 다 하면 김장 다하는 거다~ 라는 맘으로 말이다.
무를 씻어 놨다. 이게 파는 무하고 달리 텃밭에서 나온 거라서 조막만한 넘들이 드글드글하다. 이거 채썰려면 무지 귀찮겠다.
채는 그냥 앉아서 채칼로 썬다. 이건 온전히 내 몫인데, 쉬운거 같으면서도 은근히 힘든 일이다.
배추를 적게 해도 속이 많이 들은 김치를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상, 속을 충분히 채우려면 무를 많이 썰어야 한다. 썰어 놓으니 이렇다.
배추는 일단 겉껍데기 떼어 버리고, 반으로 쪼개 절여야 한다.
반으로 쪼개보니 속이 나름대로 실한게 마음이 좋아진다.
욕조에 절여놓고, 밤중에 마눌님께서 한번 더 뒤집어야 한다. 이래저래 마눌님만 고생이다.
쪽파는 일일이 손질을 해야 한다. 이런것은 또 어머님 몫이다. 힘은 못 쓰셔도 앉아서 조물조물 다듬고 하는 것은 역시 또 연륜과 관계가 있다.
다듬어 놓은 쪽파를 보니, 참 채소들도 퍽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미나리도 다듬어야 된다.
미나리 상태를 보니, 나름대로 좋은게 이거 거머리좀 있겠다 싶었는데 씻어서 포장을 한건지 생각보다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물에 담궈본다. 원래 이렇게 물에 담그고 놋주걱을 담가야 하는데, 그런거 없다. 그러면 십원짜리 동전이라도 한주먹 넣어 주면 되는데 그것도 없다.
결국 식초 몇방울로 해결을 봤다.
놋주걱이나 십원짜리 동전, 식초등을 넣어주면 미나리 줄기에 달라 붙어 있던 거머리가 떨어진다. 이거 참 신기한데, 놋주걱은 물속에 들어가서 이온화되고, 그 이온 농도가 높아지면 거머리가 죽는, 무슨 그런 화학 반응 같은게 있겠지~ 하면서 넘어간다.
근데 식초도 되는거 보면, 신기하기 이전에 오히려 이런걸 알아낸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하여간 저 미나리 두단에서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새끼 거머리 서너마리가 나왔다. 그냥 김치에 담궈서 먹을 뻔한 단백질 양이 약간 줄었다. ㅎㅎㅎ
갓도 손질을 한다. 이 갓의 향은 참 특이하다. 갓 자체의 향만으로는 별로다. 그러나 이게 김치속에 들어갔을 때, 다양한 재료들의 향과 어울려 조화를 부리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 입맛은 갓이 안들어간 김치를 귀신같이 알아내는데, 진짜 맛 없다.
갓도 나름대로 듬뿍 넣을 만큼 준비했으니, 손질도 깔끔하게 해 놓자.
생강도 깠으니 마늘도 까 놔야쥐~~
이 생강과 마늘은 일일이 믹서로 갈아서, 그릇에 담아 놓는다. 이거 전에는 몽땅 다 손으로 손절구에 찧어서 갈았었는데, 지금은 필립스를 이용한다.
출력이 약해서 그런지 조금만 돌리고 있으면 모터가 뜨끈뜨끈. 괜히 모터 과열이 염려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베란다에 들고 나가 식히면서 담배나 피우는 농뗑이를 부릴 수도 있다.
배추 절여놓고, 무 채썰어 놨고, 채소 다 씻어 놨고, 마늘 생강 갈아 놨고, 더 없나~ 하면서 둘러보니 이미 시간은 한밤중이다.
이 대목에서 오늘의 할 일은 다 했다~ 하면서 마눌님하고 둘이서 음주 행각을 벌인다.
음주행각 관련 염장질은 다른 글에서 하기로 하고...
3. 김치를 담자.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서 헤롱대면서 일어나 보니 마눌님은 벌써 일어나 배추를 씻고 있다.
대충대충 나도 장갑끼고 나서서 일단 채 썰어 놓은 무를 고추가루에 애벌 버무리기를 시작 하려고 보니 웬걸, 벌써 이것도 해 놨다.
은근히 미안해져서 괜히 이거저거 간섭하면서 서둘러 본다.
재료를 늘어놓고 보니..
생새우, 마늘 간거, 생간 간거, 새우젓, 까나리 액젓, 그리고 비장의 매실 엑기스~
까나리 액젓이 잘 안잡힌 거 같아서 한 컷 더~
이제부터 맘먹고 앉아서, 갖은 야채를 다 집어 넣고 김치속을 버무리기 시작한다.
재료 준비할 때 얘기가 빠진 대파가 보인다. 대파야 뭐 잘 씻어서 턱턱턱 썰기만 하면 되니까 일도 아니라서 그랬나 보다.
이게 사실 김장할 때 남자들이 해 주기 제일 좋은 부분인데, 순전히 완력으로 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배추 절이고 씻고 할 때 남자들이 옆에서 배추 쪼개주고 날라주고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김장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의 양이 그렇고, 필요한 근력이 그렇다. 거기다가 무엇보다도 김치는 남자들이 더 많이 먹을거 아니냐 이말이다.
과거 남자들이 김장에 필요한 채소를 기르는 밭일을 다하고, 밥 해먹을 쌀농사를 다 짓고 그러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기껏 펜대나 굴려 가면서 얄팍한 월급봉투나 내미는 현실에서, 아무리 전업주부라 해도 여성에게만 김장을 맡겨놓고 떨렁~ 이래버리면 대략 난감하다.
하다못해 요즘엔 김장독 묻으려고 땅 파는 일도 없지 않냐는 말이다.
그냥 입만 들고 앉아서 김치속 버무려 놓으면 생굴에 보쌈고기 놓고 막걸리 판이나 벌이지 말고, 직접 나서서 김치를 담궈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버무려 놓으니 온 집안에 향기가 가득하다. 벌써부터 속을 하도 많이 집어 먹어서 속이 싸르르하다. 이거이거.. 내일 아침 화장실에서 똥꼬가 좀 아플거 같아 걱정이다.
캬하하~~
보기만 해도 마음이 그득해지며, 심신이 풍요로와 진다. 이 맛을 알아야 김장의 참된 맛을 느끼게 되는건데..
저 안에 내 땀방울이 두 방울가량 있다.
이제 절인 배추 가져다 쌓아 놓고, 김치속을 넣기 시작한다.
나도 같이 앉아서 속을 넣을까 했더니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배추나 나르고 속 넣은 김치포기나 잘 담으라고 그런다.
아무래도 잘 절여진 배추에 김치속을 넣는 작업은 아줌마의 힘이 발휘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눌님 혼자 넣고 있자니, 노인정 갔다가 심심하다고 돌아오신 어머님이 합세해서 넣기 시작한다.
김치속을 넣는 손이 분주할 수록 차곡차곡 담기는 김치포기는 늘어만 간다.
결국 김치냉장고용 보관용기 네개를 그득 채우고 나서, 파란 들통에 하나가득 김치가 채워진다. 이 녀석들은 빨리 익혀서 먼저 먹게 된다.
사실 저 통의 반 정도는 여기저기 김장 기념으로 돌려야 되기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김장이 마무리 되어 간다.
저장용 김치가 마무리 되고, 남아있는 김치속과 떨어진 배추잎들, 약간 남겨놓은 재료들, 모두 합쳐서 바로 먹을 겉저리를 준비한다.
당분간은 이 겉저리로 가을의 풍요로움과 싱싱함을 밥상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생굴도 듬뿍, 새우도 듬뿍, 적절한 양념, 싹싹 버무려서 겉저리까지 완성한다.
4. 뒷 얘기
이렇게 2007년 가을의 김장을 마무리 했다.
아무래도 백포기 이상 담던 작년 재작년 보다는 조용하고 조촐하게 치루어졌다. 올해는두분 누님들이 모두 바빠서 통합 김장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지만, 재료 낭비도 없고 적절한 양념 배합도 가능해서 아주 만족스러운 김장이었다.
다 치우고 씻고 앉아보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대략 간단히 챙겨서 점심 먹고 앉아서 사진 정리하고 글을 써 본다.
김치, 입안에서 느끼는 맛보다도 정신적인 만족감을 더 많이 주는 그 묘한 음식을 올해도 무사히 만들어 봤다.
이 김치만으로도, 내년 이맘때까지 거의 모든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어주고,
이 김치만으로도, 이거 다 먹을 때까지 생존이 보장된 듯한 안도감까지 준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김치를 먹고 즐기며, 또 한해를 보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추값 팍팍 올라도 좋으니, 지금보다 더, 훨씬 많은 사람들이 김치 담궈 먹는 맛을 느낄 줄 아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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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김장 담그기 후기_다들 김장 김치 담그셨나요?
Tracked from 뽐뿌와 리뷰 삭제김장 김치 담그기 후기 다들 김장 김치 담그셨나요? 우리집은 지난 23,24 (금요일,토요일)에 김장 김치를 담궜다. 식구들이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이틀 동안 내가 애를 봤다. 다른 집은 애가 있어..
2007/12/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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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사다 먹는데... 찌질넷이 안되어서...
2007/12/02 01:59-억지깽판-
김장하기도 힘든데...포스팅까지 꼼꼼하게...수고 많으셨네요 ^^
2007/12/02 10:01감사합니다~
2007/12/02 10:54김장 하기도 힘든데... 해외알바를 위한 찌질넷 접속 문제까지... 꼼꼼하게... 수고 많으셨네요. 찔리지요?
2007/12/02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