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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들이 지면서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에게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계절의 변화만은 아닌 가 봅니다.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여러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 되 살아나기도 합니다. 오래된 시구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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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소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들로부터 도착한 몇 개의 이메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아주 젊은 학생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멀리 미국의 모 대학에서 근무하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이었습니다. 그 분들과 나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서로 같은 한 분을 그리워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었기에 가능하였을 일이겠지만, 문명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문명의 이기라면 왠지 좀 삭막하고 인간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지요?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의 마음을 담아서 나누고 전달하는 수단으로라면 따스한 인간미를 담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 나는 안타깝게 영면하신 은사님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써서 인터넷에 올린 바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영전에... )

그 분은 정말 누가 알아주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생색나는 자리에 서는 일이 없었습니다. 항상 제자들을 가르치고, 제자들과 토론하며 소주잔을 기울이시는 데 생을 헌신하신 분입니다. 너무 안타깝게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아파했던 모양입니다.
 
내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메일을 주신 젊은 회계학도는 '저도 선배님처럼 교수님의 부음에 황망한 마음입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는데 돌아가신 교수님을 나 만큼이나 존경했던 모양입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교수님의 영전에 인사라도 드리라고 격려의 답장을 보냈습니다.
 
또 다른 한분은 미국의 뉴욕 주립대에 계시는 분입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교수님과 가깝게 지내셨다는군요. 메일의 내용으로 보아 교수님과 쌓은 많은 따스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친구인 이성호 교수에 대한 글을 볼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시더군요. 후에 은퇴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한적한 시골에 작은 오두막을 지어 함께 살자고 약속하셨답니다. 역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답장을 드렸습니다.
 
같은 대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끼리 간단히 나눈 이메일이 마음을 따스하게 합니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사람이 나와 똑같은 대상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이 정말 훈훈합니다. 사람의 향기가 코끝을 파고드는 느낌입니다. 정말 돌아가신 고 이성호 교수님의 향기는 이렇게 남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딱딱한 회계학 강의를 하면서 시를 한 수씩 읊어 주시던 교수님, 연구실에 작은 화분들을 잔뜩 갖다놓고 정성껏 물을 주고 닦아 주던 분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좌절과 희망을 소주잔에 담아서 항상 다독여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단지 직업으로서 교수직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던 스승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생을 살다가신 분을 같이 흠모하는 사람들간에 짧은 메일 하나씩을 주고받았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그렇게 연결해준 것이지요. 편지지에 정성껏 펜으로 써서 주소를 알아내 보내는 편지와는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나름 향기가 스며있다고 느꼈습니다.
 
존 네이스빗의 메가트렌즈에 나오는 한 단원이 생각나는군요. 바로 'High tech, high touch'입니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할수록 어쩌면 사람들은 더욱 서로간의 정이 담긴 터치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말입니다. 서로 공감이 가능하다면 잘 발달된 문명의 이기도 알마든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얼굴이 안보인다고 마구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소통하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이 지내다가 이렇게 그리움의 향기가 묻어나는 이메일을 교환하고 나니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그 동안 너무 삭막한 방법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돌이켜 봅니다. 문명의 이기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마음을 나눌 수가 있습니다. 공방과 막말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은 나눌수록 더 풍족해진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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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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