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들이 권력을 가진 소수에게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연대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연대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존재의 가치가 있는 개념이 된다. 하지만 이 연대라는 개념은 현재 내가 속한 사회에서는 떼법이라는 말로 비하되고, 시작부터 불법,폭력적인 뉘앙스를 갖도록 오염되어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연대 자체가 반사회적이며 우리 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나쁜 행동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가 없다.
파리에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유명한 지휘자 정명훈을 만나, 최근 벌어진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집단 해고에 저항하기 위한 연대를 요청했다가 모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관련 블로그 포스트
사실 모욕이라고 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정명훈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는 일반인(명함에 굵직한 직책이 적혀 있지 않은 사람들)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보편적인 화법으로 거부를 당한 것이니까 말이다.
포스트에 의하면 정명훈은 촛불시위등으로 대중집단이 사회적인 반대견해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바스티유 극장측의 부당 해고에 맞서, 노조의 지원을 받아 소송을 통해 승리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회적 연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이해할 생각이 없다고 보이며, 이 사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중에서 권력에 가까운 소수들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의 발언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발언은 바로 이것이다.
"세상은 그런게 아냐."
맞다. 세상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약자들이 감히 연대 따위를 해서 강자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강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 자리에 올랐는지도 모르고, 감히 머릿수만 믿고 저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억울하거나 말거나 짓밟으면 밟히고, 죽이면 찍소리 못하고 죽어야지 감히 어디서 개기냐는 것이다. 나도 잘 알고 지금 당장 연대가 시급한 사람들도 그거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것이다.
연대는 바로 그런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당신들 지금처럼 파업하면 한국에선 감옥가."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그가 했다고 전해주는 이 말 한마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자신이 부당 해고를 당할 지경이 되면, 한국에서는 감옥갈 만한 짓을 수시로 저지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싸워도 되고, 자신이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면, 연대를 요청하는 손길에 조소로 응대하는 그런 얄팍한 행동은 어떤 측면으로도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비록 그게 바로 그가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이고, 그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용해 먹는 세상의 되먹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은 가치관의 다름의 문제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깨끗함과 더러움의 차이일 뿐이다. 온갖 오물에 뒤범벅이 되어서 의자하나 차지했는데, 그걸 깨끗한 사람들이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떠는 추한 난쟁이의 모습일 뿐이다.
뱀발 :
저 포스트의 댓글 중 상당수가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명훈이 당신들의 사고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공개적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똥오줌 못 가리는 소리다. 옳지 못한 사고방식은 지적해서 수정해 주면 된다. 물론 그것조차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추하고 더러운 사고방식은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래~ 알았다, 너 참 더럽다~ 라고 얘기해 주는 게 그 사람을 인정해 주는 유일한 길이다.
이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더러워야 한다는 거, 다들 동의하는 거 아닌가?
물뚝심송@찌질넷
한RSS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게 알밥로그를 구독하세요.
TRACKBACK :: http://albablog.kr/trackback/877
-
Subject: 정명훈,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Tracked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삭제올블로그에 잠깐 들렀다가 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정명훈 관련 글 몇 개가 베스트로 내걸려 있었다. 웬일인가싶어서 관련 글들 몇 개를 찍어봤더니, 아뿔싸~ 또 저 지겨운 천둥벌거숭이들의 마녀사냥이다. 걸배이 근성이 뼛속까지 배인, 딱 아메바 수준의 뇌를 가진 듯싶은 단세포들이 벌이는 마.녀.사.냥. -_-정명훈,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뭐 자세한 내용이야 생략한다. 굳이 보고싶은 이들이 있다면, 레디앙에 올라온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충격, 지휘...
2009/03/23 21:49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옳지 못한 사고방식은 지적해서 수정해 주면 된다. 물론 그것조차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추하고 더러운 사고방식은 그대로 인정해 주고,세계관 그래~ 알았다, 너 참 더럽다~ 라고 얘기해 주는 게 그 사람을 인정해 주는 유일한 길이다. "
2009/03/23 21:12미묘하게, 지극히 미묘하게 관점이 어긋난것 같네요.
우리에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 상대방에겐 아닐수도 있습니다.
개개인의 가치관의 차이죠. 그걸 인정한다는것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 가 아니라, 상대가 우리리의 "상식적이고 당연한"것이 없다는것을 인지하고, 그것부터 알려줘야 한다는것이죠.
원자력공학자에게는 입실론이니 중립자니 하는 소리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다른 패션 디자이너에게 입실론과 중립자를 들먹이면서 이야기하면 패션디자이너가 "아~ 그렇군요!"라고 할까요? 또한 원자력 공학자에게는 정확도와 정밀도가 무엇보다도 제일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패션 디자이너에게는 정확도와 정밀도 보다는 순수한 감성, 그리고 자유로움이 제일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왜 정확도와 정밀성을 안지키냐고 소리질러봤자 패션디자이너에게는 이해가 안된다는거죠.
상대를 인정한다는 말은 상대의 가치관가 바라보는 시점이 "나" 와 다를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는거죠.
원본은
2009/03/25 15:06"옳지 못한 사고방식은 지적해서 수정해 주면 된다. 물론 그것조차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추하고 더러운 사고방식은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래~ 알았다, 너 참 더럽다~ 라고 얘기해 주는 게 그 사람을 인정해 주는 유일한 길이다."
이렇습니다. 문장 사이에 세계관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끼어 들어 갔군요. 수정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
상대와 내가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옳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옳고 그름"은 다른 얘기입니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그른 얘기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너무 극단적으로 받아 들이게 되면 우린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주장과,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게 아닙니다. 후자가 틀린 겁니다.
즉, 어떤 얘기들은 다름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어떤 얘기들은 틀림으로 지적해야 하고 수정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가 붕괴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