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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에 답글로 올린 글인데, 흥미로워 하실 분들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상식적으로도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여기에다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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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제학의 인과관계 규명을 탐정소설에 비유했고 무소의님도 댓글로 정치적 프로파겐다와 레토릭이 탐정소설의 범인찾기를 방해하는 현상을 예로 들어주셨고 이어서 지나가..님께서 아침에 질문하시길 (이런 님도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미 일어난 현상의 원인을 찾는 일도 탐정소설에서 범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의외의 답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중 아주 특이한 케이스의 예를 들어주실수 있습니까? 어느정도까지 의외의 답이 나오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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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간단한 답변을 재미있는 경제학논문 형식으로 된 탐정소설 한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드리겠습니다. 그에 앞서서..

하나, 경제학을 비롯한 모든 자연/사회현상에서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여름철 청량음료 판매량과 선풍기 판매량은 상관관계를 갖지만, 청량음료 때문에 선풍기가 팔리는 게 아니므로 인과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 켄터키주 Fort Knox에는 여태까지 한번도 도둑이나 강도의 침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엔 더이상 경비병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철수시켰습니다.
 
---> (결국 천억달러가 넘는 금괴들을 모두 도난 당하고 말겠지요.) 이런 케이스에 해당되는 잘못된 경제정책은 비일비재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한 무더기의 수퍼스타 경제학자들도 수십년간 이런 종류의 정책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 어느 작은 도시의 새로 당선된 시장은 주변 도시를 둘러보고 의사가 많은 도시에 환자들도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도시의 건강을 위해서 병원을 개업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 어리석은 시장이지요.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이런 실수를 곧잘 합니다.

,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심장병에도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심장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즐겨마시던 커피를 끊었습니다.
 
----> 이런 경우는 정말 어렵습니다. 외부에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서 커피와 심장병 사이에서 상호 작용을 하며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끄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주로 스트레스가 많고 그 스트레스가 심장병을 유발하는 게 정답입니다. 이 경우 즐겨마시던 커피를 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해지고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경우 현상만 관찰해서 원인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탐정소설의 끝에서 의외의 범인이 나타난 경우와 흡사합니다.


이제 구체적인 예를 드는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1980 년대 말에 미국의 범죄율은 그동안 계속 증가해서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해당 관료들은 특히 더 공포에 떨었고 범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전례로 봐서 앞으로 범죄율은 더 오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1990년대에 들어서 범죄율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범죄율 감소의 증거는 너무도 뚜렷해서 반박의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범죄학자, 경찰관, 정치인, 관료 등 범죄문제와 관련 있던 사람들 모두 범죄율이 감소할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알아내는 건 더욱 난망한 일이었습니다. 감격! 그동안 들여온 수많은 노력의 일부 또는 전부가 결실을 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 제 그들은 아전인수 격으로 자화자찬을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열심히 자화자찬에 열을 올린 뉴욕 시장 줄리아니가 가장 큰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진작부터 이른바  혁신적인 치안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뉴욕의 치안을 맡고 있었습니다. 범죄와 전쟁에서 승리자가 되어 그의 앞날엔 더 큰 영광이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림으로 첨부한 위의 표는 범죄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매스컴에서 언급되었던 가설이고 그 옆에 인용된 회수가 나와있습니다. 인용회수가 많은 것부터 나열하면 :

1.혁신적 치안 정책 2. 감옥행의 증가 3. 마약시장의 변화 4. 강력한 총기 규제 5. 튼튼한 경제 6. 경찰 인원의 증가 7. 그밖의 요인들 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위에 있는 7명의 용의자 중에서 90년대의 범죄율을 끌어내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진법을 가려내야 합니다.

진 범을 찾은 명탐정은 시카고 대학교의 천재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입니다. 그는 2001년에 공저자 존 도나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진범중에 주범을 찾아냈고 2004년에는 범인 4명의 범행의 비중을 밝혀냈습니다. 놀랍게도 줄리아니가 내세운 혁신적 치안 정책은 무죄로 밝혀져 범죄율 하락에 아무 영향을 못 끼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레빗에 의하면 1990년대 범죄율 하락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이고 전체 요인의 절반 이상의 압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범인은 바로 1973년 1월 22일 낙태금지를 위헌판정 내린 연방대법원의 Roe v. Wade 판결이었습니다. 그 판결이 나고 첫해 미국에서 75만명의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았고, 1980년이 되면 160만이 낙태 시술을 받았습니다. 낙태시술을 받은 여인은 대부분이 미혼모, 10대 임신부, 가난한 여성 그중 많은 숫자가 이 세 조건을 모두 갖춘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낙태시술을 하지 못해서 아이가  태어났으면 그 아이들은 범죄자로 성장했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경우였습니다. 엄마가 원치 않는 아이를 억지로 세상에 내보낸 아이가 없는 세대가 성년이 됨에 따라 범죄율이 꾸준히 감소한 것입니다. 이를 삼단논법으로 서술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원치 않는 출산은 높은 범죄율의 원인이 된다. 낙태는 원치 않은 출산을 줄여준다. 그러므로 낙태는 낮은 범죄율의 원인이 된다."

낙 태와 범죄의 상관관계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천재적인 분석을 통해 낙태와 범죄의 연관성이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란 것을 스티브 레빗은 밝혀냈습니다. 그 논문 때문에 그는 졸지에 가장 유명하고 가장 악명높은 경제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논문의 내용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레빗은 부정과 불신 그리고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경멸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레빗의 결과의 신뢰성에 의심을 품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Roe v. Wade 판결이라는 진범은 어느 누구의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않았기에 더 놀라웠던 탐정소설 ...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시면 제가 압축파일로 첨부한 레빗의 두개의 논문을 읽으시던지 레빗이 쓴 베스트셀러 freakonomics(한글제목 괴짜경제학)을 읽으시면 됩니다.




로미오@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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