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그리고 낚시..
아니다. 휴가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하다. 방학이라고 해야겠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2학년이 되면 방학도 없이 입시전쟁에 참전하는 당찬 전사가 되어야 하기에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에 잘 놀아부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친구들과 홍도에 가기로 했다.
지금은 어떻게 홍도를 가는지 모르겠다. 므.. 섬이니깐 배타고 가겠지..??
<나의 남해스타는 이젠 흉물이 되었단다...흑~> 사공의 뱃노래~~♬ 홍도는 돌이 참 많다. 섬 주변의 부속 섬들도 그렇고 해수욕장도 백사장이 아닌 몽돌(?) 해수욕장이다. 배를 타고 내리는 곳이 해수욕장, 산을 하나 넘어 반대편이 부두 등 홍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듯 기억된다. 텐트를 치고 야영(당시엔 민박이나 숙박업소를 찾을 경제적 여력도 그런 생각도 못 했었다. 보기는 봤었는데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날 정도의 낙후된 시설들이었던 것 같다.)을 하려면 몽돌 위에 세울 수가 없으니 무슨 커다란 널판지 같은 걸 대여하며 텐트 자리 값을 지불하고 일정부분의 영역을 할당 받는다. 어쩌구 보냈는지 별 기억이 없다. 재미 없었던 모양이다. 비키니 입은 빈후걸이라도 있었다면 분명 기억에 남아 있을텐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모기가 참 대단했던 것 같은데 역시 지금은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다. 다음날 해수욕장 반대편 부두에 갔다. 유람선을 타야 되는데 돈이 없었다. 마침 눈에 띄는 낚시... 당시 1000원이면 대나무 낚시대를 빌려준다. 도선비는 두당 만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촛대바위라는 곳에 내려주셨다. 요즘도 거기에서 낚시 할 수 있을까 ??
<홍도 촛대바위>
엄청나다는 표현 밖에 못하겠다. 물반 고기반.. 포말이 어떻고 물의 흐름이.. 여가 어디에 구성되어 있는지 조류가 어찌 흐르고 부딪히는 곳이 어딘지 그딴거 하나도 필요없다. 수심도 대나무 낚시대 달린 원줄 길이에 의존하면 마구 잡힌다. 미끼는 이제와 생각하니 청갯지렁이인걸로 생각되는데 그걸 한마리를 통채로 끼워 했던 것도 아니고 빌려준 면도칼로 바늘크기만큼 잘라 아껴 달아 낚시했던 걸로 기억된다. 잡은 고기의 대부분은 노래미(바닦어종)였다. 그러고 보면 수심이 그리 깊은 바다는 아니었나 보다.. 하긴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수영도 했었다. 사실 그때까진 수영을 못했었는데 친구들이 하니깐 꿀리기 싫어 따라했더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어떤 놈이 날 살려주었을까..? 미쳤지... 그런 생각은 아직도 가끔씩 한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당시엔 고기 이름을 잘 몰랐고 올때 선장님이 알려주셨었는데 수 십만원짜리 낚시장비와 주어 들은 숱한 낚시 지식으로 무장한 지금도 단 한번 잡아보지 못한 돌돔을 잡았다 덤으로 우럭도.. 잡은 고기를 가지고 다시 도선배를 타고 올아오는데 선장님이 잔뜩 겁을 준다. 뭐 천연기념물이어서 잡으면 안 된다는 둥~.. ㅎㅎ
그런 건 없고 기적소리는 가끔 들리는 목포 여객선 터미날에서, 수면에서 가끔가다 살짝 뜨는 남해스타라는 쾌속선을 타고 홍도로 간다. 일단 남해스타에 탑승하게 되면 객석에 짐을 놓지 못하기에 갑판에 배낭이고 가방을 굴비엮듯 묶어둔다. 객석은 비행기처럼 6조(?)로 된 길쭉한 좌석, 대형 스크린이 전면에 설치되어 있고 D-War 같은 거라도 틀어주면 좋을 텐데 홍도관광인가 하는 거 틀어준다. 배 멀미를 하는 사람과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멀미하는 사람이 다른데 아무튼 멀미를 하는 사람은 조금 고생하지 싶다. 도착할 때까지 갑판에 못 나온다. 그렇게 쾌속선은 홍도를 향하고 홍도에 도착하면 바로 상륙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옮겨 타서 상륙하게 된다. 당근~ 여기에서 홍도관광비(국립공원 입장료?? 아.. 그런 거 관심 없다..)인가 하는 명목으로 꽤 많이 뺏어간다.
손끝에서 팔꿈치관절을 훨씬 넘었으니 아무리 못해도 60CM이상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그 대나무 낚시대로..
그게 노래미 잡다가 흥미를 잃어버려 촛대바위를 낚시대 가지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후미진 곳에 대나무 낚시를 마세이 찍듯이 세워 들고 장난치다가 잡았낸 것이다. 끌어올리는 동안 난 고래 내지 상어가 걸린 걸로 생각했었고 정말로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 (Man is not made for defeat ~) 연거푸 두번.. 그땐 우럭이 더 멋져보였다.
<돌돔, 분명히 이보다는 컸다. 믿어줘~~> <우럭, 마찬가지~~> 올여름 아직 휴가를 못 갔다. 다시 그곳에 가면 또다시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처럼 번갈아가며 자랑스럽게 두 손 가득 잡은 고기를 들고 섬을 넘으니 어떤 횟집 아저씨가 얼음에 재워주셨다. 지금은 횟집 아저씨가 나쁜 나라 사람이고 선장님이 좋은 나라 사람으로 인식이 바뀌었지만 그 당시엔 거꾸로 였다. 야영하던 텐트 근처에 오니 사방팔방 텐트 이웃들이 난리다. 자기가 매운탕을 잘 끓인 다는 둥~ 초장을 잘 만든다는 둥~ 암튼 별 이야기도 안 했는 고기는 횟감이 되고 또 코펠에 들어가고... 다수의 주방장을 확보한데다... 술을 권할 수 없으니 음료수도 사 주시고... 그렇게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웅이 되었었다. (고기맛은.. 음! 고기잡은 사람은 사실 안 먹어도 배부르고 충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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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긍정의힘님께서 2007년 8월 17일에 찌질넷에 발표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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