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다들 한두번쯤은 들어 봤을 듯한 얘기하나로 시작한다.
어떤 여인이 임신을 했는데, 아이가 이미 여덟이나 있고 그 아이들은 다 무슨 결핵같은 흉악한 병에 걸려 있고, (또는 아이들이 맹인에 매독에 결핵등 골고루 걸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홉번째 임신이라고 한다. (혹은 아이들이 넷이 있고 다섯번째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매독에, 어머니는 결핵에 걸렸다고 한다. (어떤 곳에서는 어머니가 매독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묻고는 낙태해야 한다고 하면, 당신은 지금 베토벤을 죽인 것이다~ 라고 얘기가 이어지는 바로 그 얘기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베토벤은 장남이었다. 물론 태어나기는 둘째로 태어났지만, 첫째 아들은 당시에 흔히그렇듯이 유아기에 죽었다. 그의 어머니가 베토벤이 열일곱 되던해에 결핵으로 죽은 것은 맞다. 하지만 임신한 당시에 병에 걸려 있지는 않았다.
이런 내용은 음악사 관련 검색을 단 일분만 해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게 처음 어디서 시작되고 어떻게 퍼져나갔으며 어떤 오류를 내포한 비유인지에 대해서는 도킨스의 The God Delusion에 자세히 나온다. 그 글을 읽고 나도 검색을 좀 해 봤더니 이 얘기가 아주 다양하게 변조되고 다양한 의미로 인용되었으며, 다양한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지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저런 류의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비유들이 곧잘 발견되고, 또 널리 퍼지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일까~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의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습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옳은 것을 믿지 않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믿고 싶은 것을 고르기는 무척 쉽다. 들어보고 맘에 들면 되는 것이다. 맘에 든다는 것, 그 자체가 자신이 살아온 경험칙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여 넘기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칙 자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도무지 안하는 것이다.
옳은 것을 믿기는 무척 힘들다. 진실은 아픈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과 "옳음"은 그다지 재미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고 거북하며 불편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그저 그런 얘기, 혹은 나름대로 맘에 드는 얘기를 듣거나 읽었을 때, 그게 옳은 얘기인지 확인하는 것 조차 꽤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럴 때 흔히 그러듯이 그 얘기를 쓰거나 말한 사람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핑계삼아, "저정도 되는 사람이 한 얘기니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면서 믿어 버리고, 그 얘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천연스럽게 전파를 해 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베토벤의 출생에 관한 터무니없는 사실을 담고 있는 저 비유는 수많은 낙태반대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으며, 심지어 낙태하고 전혀 관계없이, "아무리 불우한 환경에서도 노력만 하면 베토벤처럼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식의 교훈의 소재로까지 사용되고 있다.
노파심에서 얘기하지만 이 글은 낙태에 관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스스로를 속이고, 얼마나 무책임하게 거짓말을 널리 퍼뜨리는데에 협조하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일 뿐이다.
전에는 작은 거짓말 만으로도 공직자가 한순간에 쫓겨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 부터가 선거과정에서부터 수도없는 거짓말과 말바꾸기를 일삼고 있다. 그를 본받아 모든 당국자들이 말바꾸기를 무슨 아침에 이 닦듯이 하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가지는 해악을 일일이 설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 한순간의 게으름으로 인해 거짓말을 퍼뜨리는데 협조한다면, 당신 역시 거짓말을 말한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협박은 해 두고 싶다.
또, 거짓말을 한 사람을 "그 정도야 뭐~ 누구나 하는 거짓말 아닌가~" 하는 식으로 용인하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 사회적으로 만연되게 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방법은 이거 하나 밖에 없다. 뭔가 새로운 얘길 들었을 때, 언제나 의심하라.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해서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하고 도저히 자기 능력으로 더 이상 확인하기 힘들때 까지 믿는 것을 보류하면 된다.
이런 행동은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사람좀 믿고 살면 안되냐고?
그러면 계속 믿고 사시던가...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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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뇌 기능이 다른 사람들과 이번 총선
Tracked from 일체유심조 삭제매일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에서 추천수가 높은 글들을 읽는데 글재료 하나 정도는 쉽게 건진다. 오늘은 봉하 가는 사람들이 치밀한 조종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에 꼭지가 돌아 실수한 얘기를 읽었다. 일...
2008/03/3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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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더 유별난 것은 친일부역세력이 죄를 피하기 위해 애국자, 독립운동가로 경력을 끊임없이 세탁해왔고 그들에게 손해가 가는 민감한 거의 모든 팩트들을 전하지 않거나 왜곡해온 데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2008/03/31 10:48그런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 사람들이 오히려 실증주의를 표방하면서 치고 나오는 판이니...
2008/03/31 12:20FBI에서 사용하는 살인범 판단용으로 쓰인다는 심리테스트도 생각이 나네요.
2008/03/31 16:42언니와 동생이 있는데, 장례식장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언니가 남자를 다시 만나려고 동생을 죽인다는 뭐, 그런 이야기요.
그 얘기도 FBI에서 사용한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