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을 올라가다가 옆으로 빠져서 팔각정만 가보고 내려온지 어언 며칠이더냐...
사람으로 태어나 무언가를 하더라도 끝을 보지 못할 바에야는 애시당초 하지를 말 것이거늘... 해서 천주산 정상까지 또 가봤다.
사실 그런데는 인간이 갈만한 곳이 아니다. 지구에는 중력이 있고, 그 중력은 인간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하늘의 순리이며 그 순리를 어기고 산에 기어올라가는 인간들은 다 역천자라는 것이다.
옛말에도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세진 지구 중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 보고 싶다는 욕망은 스스로 역천자가 되는 것도 불사하고 나 자신을 천주산 정상까지 올려놓고 말았다.
조낸 힘들었다.
월요일이고 뭐고 남들이 일할 시간이고 뭐고 상관없다. 내가 가야 겠다 싶으면 조낸 가는거다. 제일 작은 생수병 하나 챙기고 수건하나 들고 냅다 천주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바닥 마사지 지나고 약수터 지나고 만남의 광장까지 가는데 이미 헬렐레 상태에 돌입했다.
다행인건 그래도 몇번 왔다고 시간이 단축되어서 만남의 광장까지 삼십분 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다.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유혹이 "그냥 팔각정이나 갔다 내려가지~~"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만남의 광장에서 팔각정은 그저 살짝 오르막 내리막이 섞인 평탄한 코스. 정상까지는 살벌 흉악 무쌍한 계단의 연속..
쓰바... 난 자유인이다~ 라고 한번 속으로 외쳐주고 정상으로 향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또.....
헐떡거리는 내 옆으로 할머님 한분이 지나간다.
헐떡거리는 내 옆으로 아주머니 세분이 지나간다.
헐떡거리는 내 옆으로 아저씨 한분이 샤사삭 지나간다.
헐떡거리는 내 옆으로 난데없는 강아지 한마리가 지나간다.
그래도 참고, 뭐 문제는 중력이니까... 하면서 끝까지 식식대며 가 본다.
공포의 계단이 끝나고 헬기장이 나오고, 또 헬기장이 나오고, 또 헬기장이 나온다. 이동네 산에는 헬기들이 많이 착륙하나보다.
그리고는 드디어, 유명한 천주산 진달래 군락이 보이고 정상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허유~~~~
정상에서 본 마산시내.
보기에도 장엄한 천주산 정상 표지판..
올라오기 전까지 천주산 정상이 거리로 보니까 대략 세시간은 가야 되겠다 싶었는데 (거리가 무려 천주암 부터 3키로가 넘는다. )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한시간 반이다.
정상에서 본 능선에 함안쪽으로는 대규모 진달래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꽃봉우리가 보일락 말락 피어 있는게 한두어주 지나면 대단한 장관이 형성될 것 같다. 그 때 꼭 여기 있어야 겠다.
그렇게 천주산 정상 정복이라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삼십분 만에 후다닥 내려와 버렸다. 전부터 말썽이던 왼쪽 무릎이 심상치가 않다고 얘길 했더니, 코코형이 무릎 보호대를 아식스 걸로 하나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히히히~
내려와서는 이런 짓을 벌였다. 산에 갔다 오면 꼭 먹어야 되는 의무사항..
파전에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세트로 해 먹었다.
두부김치.
냉장고에 있던 두부를 소모한 것은 좋은데, 돼지고기와 함께 볶은 김치의 양에 비해 두부의 양이 좀 적다.
하여간 내가 집에 와서 이 먹거리들을 다 만들때까지 열심히 일하던(일을 했는지 뭘 했는지 알게 뭐람) 코코형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과연 내일 아침에 무릎이 성할까??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또 어디론가 술을 먹으러 간다.
이건 뭐 완전 호화판 백수 생활이네~~
물뚝심송@찌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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