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지방에 내려와서 졸지에 기러기 가족이 되어버린지 어언 두달이 지나간다.
사실 결혼한지 20년이...20년은 개뿔 겨우 십년 조금 넘었지만 결혼한 이래로 마눌님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서 살아본 것은 처음이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하여간, 색다른 도시에 와서 살다보니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서 좋기는 한데, 나 혼자만 그러고 있으니 미안하기도 해서 주말을 잡아서 가족들을 불러 내렸다. 가족이라 해봐야 마눌님과 딸아이.
밀양-창원-통영-마산-창원-밀양을 거치는 코스로 돌아다녔는데 이 글은 그 첫번 코스, 창원서 통영 가는길에 벌어진 일들이다.
밀양이 왜 여행의 시작지냐면, KTX 역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창원서 사십분 밖에 안 걸리는 곳이기에 일단 차표를 밀양으로 끊기로 하고 밀양역에서 가족들을 태웠다. 창원에 있는 숙소로 가서 일단 일박을 하고, 아침에 통영으로 길을 나서본다.
창원서 통영 가는 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또 하나는 14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 일단 어영부영하다 보니 창원서 바로 고속도로로 올라타게 되었고 그냥 내리 달려서 진주를 거쳐 통영으로 가는, 무려 오십키로 가까이 우회하는 고속도로 코스를 이용했다.
그러다보니 창원-마산-진동-고성간 국도의 경치를 놓쳐버렸다. 하지만 돌아올 때 그 코스로 왔으니 뭐...
고성에는 무슨 공룡의 흔적이 그리 많은지 가는 곳 마다 공룡을 상품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룡 유적지라도 한번 가 볼까 했는데 그냥 통영가느라 바빠서 패스.
중간에 고성 휴게소에 보니, 휴게소 장식물도 공룡 모양새이다.
특이한 것은 휴게소 앞에 태양열 전지판이 쫙 깔려있어서, 영서한테 저거좀 보라고 했더니 책에서만 본게 실제로 이렇게 있구나~ 하면서 놀라준다. 실제로 신기해 하는건지, 아빠가 불쌍해서 좋아하는 척 해주는 건지..
하지만 놀라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실제로 나까지 놀라버린 사건이 바로 벌어진다. 즉, 고성에서 통영 넘어가는 길에 있는 산에서 산불이 나 버린 것이다.
고속도로를 100키로 정속으로 (설마~~) 달리고 있는데 저 앞에 산위에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르기에 공장이 있나,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기의 규모가 범상치 않아서 무슨 공장에 불이라도 난건가~ 싶었다.
하지만 접근해 보니, 소방헬기가 물을 퍼 나르고 산위에 불이 활활~
뭐랄까 군시절 작은 규모의 산불을 끄는데 몇번 끌려나간 적은 있었지만 이정도 대규모의 본격적인 산불을 지근거리에서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산이라서 사람들이 갓길에 주차를 하고 죽 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또 모범생활 사나이라 자칭하는 나로서 딸아이 앞에서 그럴 수는 없는 바람에 지나가면서 영서 시켜서 사진만 한장 찍고 말았다.
소방헬기 규모가 꽤 큰거에(사진엔 없다.) 놀라고 그 헬기가 퍼다가 뿌리는 물의 양이 많음에 또 놀라고, 그래봤자 산불의 규모에 비하면 무슨 캠프파이어에 차숟갈로 물 뿌리는 것 밖에 안되더라~ 하는데에 놀라고, 그 연기에 놀라고...
솔직히 소감은 한마디로 무섭다~ 였다. 광범위하고 넓은 지역의 숲에 동시에 불이 붙어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 과연 저게 인간의 힘으로 진화가 되겠나~ 싶은 심정만 들었다는 것이다.
해방이후 전쟁으로 완전히 황폐해졌던 우리의 산들이 나무를 연료로 안쓰게 되고, 그래도 나무를 심는게 미덕인 것처럼 보호가 되어서 이제 그 수령들이 장난아니게 되었고, 어지간한 산에는 길이 아니면 갈 수도 없을 정도로 잡목들이 우거진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산불이 나면 접근은 커녕 먼발치에서 스스로 꺼지기만 기다리고 헬기로 물이나 퍼다가 뿌리는 정도인데, 산불이 번져서 국토의 몇프로가 홀랑 타버렸다는 최근 그리스 같은 나라의 소식이 남의 일이 아니다 싶었다.
뭐랄까 엄청난 규모의 재해를 눈앞에서 관찰하고 나니, 오늘 이거 뉴스에 나오겠구나 싶었다.
과연 저녁 뉴스에 나오긴 했다.
"건조한 봄날씨 때문에 경남 지역에 크고 작은 산불이 네건이나 벌어졌습니다. "
음.. 저런 규모의 산불이 네건이나...
2부로 이어집니다.
물뚝심송@찌질넷
한RSS를 이용해서 보다 편리하게 알밥로그를 구독하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cafe.daum.net/p]
2009/02/13 09:34pp8
저 산속에 있었으면 큰일날뻔 했겠어여
2010/03/14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