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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홍어, 경상도 돔배기

음식 2007/12/03 09:59 by 알밥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전라도 지역을 정처없이 쏘다니다 집이 목포인 후배가 귀향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부리나케 버스에 올라 그 집을 들른 적이 있다. "코코형 점심 먹었으라~~?", "리포트 다 쓰셨으라~~?" 라는 재미있는 사투리를 가르쳐준 후배였다.
 
나는 그냥 걔를 데리고 나와 선창가에서 낭만적으로 술이나 먹을 생각이었는데, 후배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내미 학교 선배가 왔답시고 꼼짝 못하게 붙잡아놓고는 한 상을 차려주셨다. 진수성찬이었다. 역시 항구도시 답게 식물성 반찬을 빼놓고는 탕, 조림, 무침, 찜 등 모든 요리가 생선요리였다.
 
송구스러우면서도 흐뭇한 마음에 우선 찜을 조금 떼어 입에 넣는 순간, 암모니아 가스가 마치 폭탄 터지듯 입 속으로 분사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뭐냐?"
"홍어 처음 드시쇼?"
 
"이게 말로만 듣던 암모니아 함량 70%라는 그 홍어냐?"
"목포 오셨응께 홍어 드셔야지라. 이거부터 드시쇼. 아까 맛을 봉께 지대로 삭았으라~~"
 
사투리가 지대로 구사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면서 두꺼운 회처럼 생긴 고기를 입에 넣어주는데 이건 씹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뱉지도 못하겠고, 그저 어~어~ 하면서 눈도 동그랗게, 입도 동그랗게 벌린 채 한참을 엉거주춤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그 상 위에 있던 음식은 죄다 홍어요리였다. 홍어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거의 총출동한 셈이었다.
 
어른들이 차려준 상을 그냥 물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결국 암모니아 가스만 견디면 그런대로 먹을만한 찜만 내가 먹기로 하고, 나머지 탕, 조리, 무침은 맨날 먹어서 지겹다는 후배를 대가리가 축축해지도록 패가며 다 먹게 했다.
 
이게 홍어와 나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 내륙지방에는 돔배기가 있다. 둘 다 제사상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상어고기에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인데, 이것보다 더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와 마찬가지로 생선이 귀한 경상도 내륙지방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으로 염장을 한 음식이다.
 
  상어고기를
 
 이렇게 도막을 내서
 
 
 
이렇게 간을 한다. 이것을 잘 뒀다가 튀기기도 하고 굽기도 하고 탕을 만들기도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끓는 물에 익혀서 젯상에 올린다. 그러면 저 고기도막이 허여멀금해진다.
(당연한 얘긴가?)
 
<사진 : 자인양지기돔배기 http://blog.naver.com/j8377>
 
대구가 고향인 나는 아닌게 아니라 제사 때마다 허여멀금한 돔배기를 항상 보게 된다. 그런데 집안 어른들이 돔배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시고, 할머니 살아계실 때는 제사 때가 아니더라도 대구 친척들이 틈나는대로 구해다가 부쳐주실 정도로 온 식구가 애호하는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어릴 때 잘 모르고 한 번 먹어본 뒤로는 눈길도 안 주는 음식이다.
 
하필 그때 먹은 돔배기만 너무 심하게 간이 됐는지 이건 생선이라기보다 소금을 버무려 그 모양을 빚어낸 것 같았다. 그 뒤로 넘흐 넘흐 맛있으니 한 번만 먹어보라며 아무리 어른들이 을러도 나는 마냥 도리질만 칠 뿐이었다.
 
내 여동생도 돔배기를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이 여성이 전라도 집안으로 시집을 가더니 식성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홍어라면 몬도가네 취급을 하던 여성이 이제는 홍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가 하면, 그 여세를 몰아 제사 때 와서는 돔배기도 척척 잘 먹는 거다. 오우~~ 이런 맛인지 진작에 알았으면 그 전부터 열심히 먹었을 거라는 둥, 그동안 먹지 않고 외면했던 돔배기가 아까워 죽겠다는 둥 하면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돔배기 왔는지부터 챙긴다. (돔배기는 항상 대구에서 사서 보낸다)
 
내 딸내미도 그렇고 동생네 조카들도 음식이라면 뭐든 안 가리는 아이들이라, 이래 저래 제사 때 우리 집에 있는 인류 중에서 돔배기 못먹는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작년엔가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에다가 매제까지 합세하여 놀리고, 으르고, 구박하는 통에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어 한 점 먹어봤다. 여전히 짜긴 하지만 어릴 때 먹어봤던 것보다는 한결 순해서 이제는 돔배기의 공포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조금 더 씹어보니까 야릇한 맛이 느껴졌다. 비릿하기도 하고 뭔가 톡 쏘는 것 같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동생에게 조심스럽게 눈빛으로 물어봤다. '이게 무슨 맛이야?'
 
"오빠, 좀 야릇한 맛이 나지? 그거 상어 피 맛이야. 그게 돔배기 맛이야."
 
크헉~~ 상어 피 맛~~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긴 했지만 돔배기와의 만남도 그게 마지막이었다. 돔배기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게 되면, 상어는 사람의 피맛을, 사람은 상어의 피맛을 보겠다고 서로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알바들은 죄다 잘 먹는 음식 얘기를 하는데, 유독 못 먹는 음식 얘기만 하고 있는 나의 운명이 그저 기구할 따름이다.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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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원저자의 동의하에, 별도로 편집,게재된 글입니다. 불법적인 펌글이나 스크랩이 절대 아님을 밝히는 바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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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닭배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콕호흉은 왕따의 설움을 아시는군효. 찌질넷 에서 입 바른 소리 하다가 쫓겨 난 제 심정을 헤아려 이런 글도 올리시고... 흑흑...

    근데... 난 홍어 하니까 왜 홍어 좃으로 알고... 라는 말이 젤 먼저 떠오르지?

    2007/12/03 19:30
  2. 귀돌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맛있겠군요 돔배기

    2007/12/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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